자유게시판

전례상식_23(뜻을 알면 전례가 새롭습니다)

작성자 : 살레^^ 작성일자 : 2014.02.08 조회수 : 2529

뜻을 알면 전례가 새롭습니다(39가지 전례상식). -정의철 신부님 지음-

 

성탄 대축일과 공현 대축일은 어떻게 다른가요?

 

  가톨릭교회의 전례주기에서 양대 축을 이루는 주요한 축일은 예수 부활 대축일예수 성탄 대축일입니다. 교회는 이 두 대축일을 중심으로 그리스도 안에서 실현된 하느님의 구원 업적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이 중 예수 부활 대축일은 구약 전승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졌지만, ‘예수 성탄 대축일은 고대 그리스 및 로마 문화권에서 영향을 받아 4세기에 형성되었습니다. 즉 그리스도인들과 로마인들은 관습적으로 생일 축제, 특히 황제나 저명한 사람들의 생일 축제를 지냈는데, 그들이 태어난 당일에 생일 축제를 지내기도 했지만 때로는 그 당사자와 관련된 어느 의미 있는 날을 정하여 지내기도 하였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이런 관습의 영향뿐 아니라 그 당시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을 부정하던 아리아니즘을 배격하기 위하여, 하느님의 아들이자 참 신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인간이 되신 주님의 탄생일을 성대하게 경축하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예수 그리스도의 실제 탄생일을 정확히 알 길이 없었기 때문에 상징적으로 뜻 깊은 다른 어느 날을 선정하는 것이 필연적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선정된 날이 바로 새로운 해가 소생하는 날로서 태양신의 탄생일인 1225일이었습니다. 이 날을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일로 정한 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높은 곳으로 떠오르는 참 빛이요 태양으로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성탄 대축일이 정해짐에 따라 예수님의 잉태를 예고하는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9개월 전인 325일로 정해지게 되었고, 요한 세례자는 예수님보다 6개월 먼저 잉태되었으므로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624일로 정해지게 된 것입니다.

  ‘주님 공현 대축일은 동방교회에서 만들어진 축일로 그 유래는 예수 성탄 대축일과 비슷합니다. 동방, 특히 이집트에서는 태양의 탄일 축제를 16일에 지내는 관습이 있었기 때문에 서방교회의 성탄 축일과 같은 의미로 그 날로 정해 지냈던 것입니다.

  그러나 동방교회에서 지내던 주님의 공현 축일이 4세기 말엽에 서방교회에 도입됨에 따라 예수 성탄 축일과 혼돈되는 것을 막고 둘 사이에 차이점을 둘 필요성이 생겼습니다. 동방교회에서는 이 공현 축일을 예수님의 세례와 관련시켜 후대에는 완전히 주님 세례 축일로 지내게 된 반면, 서방교회에서는 새로 탄생한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전 세계에 공포하는 뜻에서 동방으로부터 온 현자들의 방문을 부각시켜 삼왕내조(三王來朝) 축일이라 칭하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예수 성탄 대축일주님 공현 대축일은 둘 다 그리스도 강생의 신비를 고유한 주제로 삼기에 같은 의미의 축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구태여 차이를 둔다면 예수 성탄 대축일은 가정 축제와 같이 하느님의 아들이 보잘것없는 인간이 되셨다는 강생의 신비에 더 치중하고, ‘주님 공현 대축일은 세계적 축일로서 이 아기의 신적 차원으로 눈을 돌려 주님이 세상에 밝게 나타나셨음에 더 치중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