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상식_24(뜻을 알면 전례가 새롭습니다)
뜻을 알면 전례가 새롭습니다(39가지 전례상식). -정의철 신부님 지음-
‘성탄 대축일’에는 왜 서로 다른 세 대의 미사가 있나요?
<미사 경본>을 보면 예수 성탄 대축일 당일에는 ‘밤미사’, ‘새벽미사’, ‘낮미사’의 세 대 미사가 있으며, 각 미사마다 고유 전례문이 있습니다. 이 세 대의 미사 외에 12월 24일 저녁에는 ‘전야 미사’를 드리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다른 축일과 달리 성탄 당일 세 대의 미사가 있는 것은 교황청 전례에 기원을 둔 것으로서 로마의 여러 교회에서 행해지던 지역 예배와 관련이 있습니다.
원래 성 레오 대교황(440-461년 재임) 시대까지만 해도 성탄 때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낮 미사 한 대만 드렸습니다. 밤미사와 새벽미사는 후에 생긴 전례인데, 그 기원은 각각 다음과 같습니다.
마리아에게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칭호를 인정한 에페소공의회(431년) 이후 사람들은 이를 기념하여 로마의 에스퀼리노 언덕에 ‘성모 마리아 대성당’을 건설하였습니다. 그 다음 세기에는 사람들이 베들레헴의 구유 유물을 로마에도 모시기 원해서 ‘성모 마리아 대성당’ 곁에 구유경당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예수 성탄 대축일에 이 경당에서 베들레헴에서 행해지는 것과 비슷한 밤 전례를 지내기를 열망했습니다. 바로 이것이 성탄 밤미사의 기원입니다.
또한 로마에서는 12월 25일에 팔라티노 언덕에 있는 ‘성녀 아나스타시아 성당’에서 성녀 기념일을 지냈습니다. 이 축일은 이 성당 곁에 있는 왕궁에 살던 비잔틴 권력자들이 지내던 것이었습니다. 교황은 이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성탄 미사를 드리러 ‘성 베드로 대성당’에 가기 전에 ‘성녀 아나스타시아 성당’에 들러 성녀를 기리는 미사를 드렸습니다. ‘성녀 아나스타시아 성당’에서 계속 미사를 드리다가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른 뒤 교황은 그 성당의 주보 성녀를 기념하는 것으로 만족하면서 이 미사 때 예수님 탄생에 관한 기도문들을 사용하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성탄 새벽미사의 기원이 되었습니다.
이리하여 예수 성탄 대축일 밤에는 ‘성모 마리아 대성당’의 구유 경당에서, 새벽에는 ‘성녀 아나스타시아 성당’에서, 낮에는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전례를 거행했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11세기에는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의 전례가 ‘성모 마리아 대성당’에서 드리는 것으로 대치되었고, 이로써 ‘성모 마리아 대성당’은 온전히 성탄 대성당이 되었습니다.
교황청의 전례서들이 이탈리아와 알프스 이북으로 퍼져 나가고, 카를 대제가 이 전례서들을 자기 왕국에서 사용함에 따라 세 대의 성탄 미사는 전 서방교회에 받아들여졌습니다. 이런 전통에 따라 오늘날에도 온 교회는 예수 성탄 대축일에 ‘밤미사’, ‘새벽미사’, ‘낮미사’의 세 대 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